입은 정보 전달만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입은 본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보 전달은 자료로 하면 된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름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내 삶의 중요한 결정들과 왜? 그러한 결정을 했었는지에 대한 답을 내리며 삶을 재구성해보기로 했다. 나는 왜? 초등학교 때 붕어빵을 구워 팔았나? 나는 왜? 중학교 때 신문배달을 결정했나? 나는 왜? 포항공대를 선택했나? 나는 왜? IBM을 선택했고, 왜? 그만 두었나? 나는 왜? 일본으로 떠났나? 나는 왜? 뮤지컬을 기획했나? 나는 왜? 인천에서 일을 시작했나? 나는 왜? 지금 이 무대에 서고자 하는가? 왜?라는 질문에 하나씩 대답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금새 더이상 글을 써내려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억들이 쏟아져나왔고, 이야기가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특별한 사건 없이 무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인생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최고의 방정식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집요한 질문이다. 왜? 왜? 왜?
아래 비디오는 미국 드라마 럭키 루이(Lucky Louie)에서 아빠와 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짧은 시간동안 딸의 집요한 질문으로 우리는 아빠의 개인사 뿐만 아니라 미국의 최근 산업동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매우 유쾌하게 들을 수 있다.
고민 끝에 에피소드 배열은 전(Before)과 후(After)를 보여주고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 후 본론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중간 단계 에피소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결론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연출 도구로는 자연스럽게 프레지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프레지의 힘을 빌린 게 큰 득이 되었다. 프레지는 나의 이야기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날 나는 프레지를 사용해 퀸(Queen)의 ‘We will rock you’를 불렀다. 시작부터 150여명의 청중들은 쿵쿵짝! 쿵쿵짝! 리듬을 맞추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연습한 랩으로 힘차게 노래를 시작했으며, 프레지 배경 화면은 노래의 정열만큼 열정적으로 춤추어 주었다. 노래의 마지막은 'I will rock you' 즉, '제가 여러분을 흔들어드리겠습니다'로 마무리했고 이후에는 의미있는 결정과 행동의 순간들을 이야기했다.
이것은 프레지 탄생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고, 훗날 프레지는 이것을 장르화시켜 ‘프레지 카라오케(Karaok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프레젠테이션은 설득의 예술이다.
요즘 접하는 투자 유치 또는 입찰 분야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나의 마지막 의견은 다음과 같다.
투자는 이해 관계만 잘 맞으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전달과 설득에만 성공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
좋은 투자는 함께 일하고 싶은 관계를 만들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을 설레이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해야 한다.
깊이있게 놀자.
대담하게 하자.
자기답게 살자.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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