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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Doer] 그 때였다. 귀국을 결심한 건.

by Doer Ahn 2011. 1. 31.
 



라다크 지역에 도착한 후 얼마간 나는 극심한 체력의 한계 속에 살고 있었다. 최저 해발 3,600미터. 그 지역에 처음 도착했던 날은 10걸음을 빠르게 걸은 후 숨을 크게 헐떡이며 바닥에 퍼져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겁 먹은 나는 행동 반경을 최소한으로 하고, 방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밖에 나가서 다른 친구들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 내 모습에 대해서는, 그들은 여기서 오랫동안 적응해왔고, 나는 아직 적응하기 이르다라고 생각하며 자기 위안을 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3,600미터라는 말이 머리 속을 유령처럼 멤돌며 떠나가질 않는 상황에. 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

‘3,600
미터. 3,600미터. 3,600미터…, 그게 도대체 다 뭐란 말인가
!’

나는 생각과 말 그리고 지식에 집착하며 나태한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었던 스스로에게 울화통이 터졌던 것이다.


이후 나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 산을 달려 올라갔다. 미칠 듯이 힘들었다. 그러나 멈추고 싶지 않았다. 속도를 늦출지언정 절대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달리던 중, 울컥 울컥 눈물 솟아 올랐다. 나는 진작부터 이렇게 달렸어야 했다. 내게 어울리는 모습. 그건 정신없이 달리고 헐떡거리며 땀 흘리는 순간이다. 하지만 난 한동안 그걸 깨닫지 못하고, 3,600미터라는 숫자 감옥에 나를 가두어 놓은 채 연신 자기합리화의 방귀만 뀌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심장의 고통이 극도로 치닫던 순간,
그간 가지고 있던 지식들에 대한 총체적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

그것은
허무였다
.

지식과 집착의 허무함. 그 때 공허한 나의 마음을 채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원초적 그리움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는 혼자였다. 그래서 또 외로웠다. 눈물은 계속 흘러 내렸다
.

그렇게 뛰어 올라 도착한 히말레야의 한 봉우리. 나는 그곳에서 모든 걸 내려 놓았다. 지식도. 집착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동화처럼 펼쳐진 파란 하늘. 거대한 산맥. 그 한 가운데 떨어진 나의 눈물.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 가는가.

왜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서
?

그 때였다.

귀국을 결심한건.


<그 날 산을 오른 후 남긴 영상>
 


by
Doer 안영일(http://www.twitter.com/doer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