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2. 제주도 우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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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대기업 입사 후 첫달 통장에 찍힌 돈을 보니 213만 4,870원이었다.
지금까지 다녔다면 7년 7개월, 모두 다하면 약 1억 9천만원.
연봉상승과 성과급을 모두 고려해도 3억 아래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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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당시
서울에 살기 위한 원룸 대출 3,000만원
매달 원리금 100만원 상환, 은행 이자 약 10만원, 월세 20만원
-> 주거 비용만 130만원/월
아무리 회사에서 어느정도 지원해준다지만
식비, 교통비, 통신비, 수도/전기/가스비 등 약 30만원/월
주말에 놀러 다니고, 커피 마시고, 퇴근 후 음주라도 하면 약 30만원/월
보험 및 기타 잡비 약 10만원/월
숨쉬고 살기 + 좀 사람처럼 지내기 비용만 200만원
월급에서 10만원 남았다.
...남으면 뭐하나.
첫달엔 좋은 회사 들어간다고 정장 두어벌, 구두, 가방 약 100만원
월급 타기 전이니 부모님 손 빌렸었지. 여름되면 또 사야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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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으고 모아 30개월 후 3,000만원 원룸 대출 다 갚으면(그간 연봉도 매년 10% 전후로 인상했겠지) 30살 3,000만원 자산가가 되는거였던가.
그리고 33살에 6,000만원 자산가가 되고, 36살에 드디어 1억 자산가가 되는거였던가.
(우리나라 상황에서 여성들은 이런 간단한 설계조차 어렵다. 출산, 육아를 중심으로 한 경력단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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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우리는 보통 그 시점에 다시 대출을 해야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다보면 더 큰 집이 필요하고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한데, 그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는 연봉의 상승폭보다 훨씬 크다. 36살에 1억 자산이 아닌 2억, 3억 자산가가 되긴하지만 그중 자기자본은 쥐꼬리만하고 70% 이상이 은행 빚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살 집을 구하되, 그 집은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이요.
그 빚을 다 갚으려면 40대 중후반, 아니 50대 초반까지 불철주야 주말없이 고생을 해야하는데 이후엔 회사가 내 책상을 자꾸 치우니, 결국 절박한 심정으로 치킨집 사장의 길로 수렴할 수 밖에 없다. 치킨집 사장이 조금 늦게 되는 임원은 신입사원 100명 중 1명이나 될까.
은행 집이 아니라면 그 집은 부모 잘 만난 덕에 공짜로 얻은 집인데,
보통의 부모들이 당신의 '빚'없이 자식에게 그렇게 베풀어줄 수 있는가. 아니다. 부모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흔 중반을 넘겨서야 온전히 내것이 된 아파트 한채를 담보로 대출 받아 자식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퇴직금으로 그 빚을 막을 비전을 설계하며, 때가 찾아오면 발등에 불 떨어진 심경으로 치킨집 사장의 길로 수렴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 전망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스트레스를 우리의 몸이 견뎌내고, 건강을 유지해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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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연봉이 더 높았다면 이 상황이 달라졌을까. 아예 높다면 모르겠지만 400만원 이하 월급이라면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수입이 늘면 지출도 커지는 법. 8평 원룸에 살 것을 16평 투룸에 살고, 이발소 갈 것을 미용실로 가며, 동남아로 여름 휴가 갈 것을 유럽으로 가고, 국산차 살 것을 외제차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결국 아름다운 시절은 회사에 몸을 의탁하고 있을 때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되고, 회사를 나갈 때가 되면 대학 졸업 후 취직도 못하고 있는 아들딸의 뒷모습을 힘없이 바라보다가 결국 치킨집 사장의 길로 수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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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득 2008년 1월의 월급 통장을 들여다보며 소름이 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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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있게 놀자
대담하게 하자
자기답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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