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장동 뒷골목 시장. 짙은 추억으로 뭉친 지인들과 소주를 마시던 중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신홍기 사무총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저기 기업, 대학 강연들 많이 다니는 걸로 아는데 다른 곳에서도 와 달라고 하면 가급적 가줘.'
하신 말씀인 즉, 돈되는 곳만 가지말고 그렇지 않은 곳에도 바삐 다니라는 뜻입니다. 네, 저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게 저의 철학이고 신조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가을. 하루하루 먹고 살 일이 걱정되어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 명동으로 나가 장사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통장에 잔고가 바닥나 최소한 그날 먹고 살 돈은 그날 벌어야겠다는 결심이 컸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한 가지 마음 또한 굳건했습니다.
'일본인들에게는 비싸게 팔고, 한국인들에게는 공짜로 찍어주자.'
당시 엔고현상이 극심해 한국에 쇼핑 관광을 오는 일본인이 많아 저는 이 일로 조금이나마 부의 재분배를 실천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좀 거창하지만, 저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빈곤 또한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촌의 문제에 불만이 있습니다. 부익부빈익빈,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도 부의 재분배가 적절하게 일어나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 불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일상 곳곳에서 이 시스템을 개선해보자고 결심한 것입니다.
물론..안타깝게도 저의 폴라로이드 판매 실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대학, 기업 등에서 강의의뢰를 받으면 일정, 장소, 주제 등 기초 사항에 대한 조율을 마친 후 항상 담당자분들께서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저..이런 질문 드리기 참 죄송하지만..강의료는..얼마나 드리면.."
이 질문에는 이렇다 저렇다 딱히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매니저에게 전화를 돌리기도 하지만 다수의 경우 제가 직접 본론을 진행합니다. 저에게는 원칙이 있습니다.
많이 가진 분들께는 당신이 주고자하는 것보다 더 받아내고,
조금 가진 분들께는 당신이 줄 수 있는 만큼만 감사히 받고,
심히 가지지 못한 분들께는 사명감으로 베푼다.
대부분의 기업, 대학에서 강의를 의뢰할 때는 이미 정해진 예산이 있습니다. 그 예산 범위에서 적정 수준의 가감은 있을 수 있지만 큰 변동은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정말로 제가 요구하고 싶은만큼 요구해도 좋다고 한다면 저는 대기업에서는 회당 10억 이상을 받고 싶고, 대학에서는 회당 500만원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면 기업 강연을 한 번 마치고 장학회를 만들 수도 있게 되고, 대학 강연을 한 번 마치면 청중 중 한 사람에게 학기 장학금을 줄 수도 있게 됩니다. 저는 의뢰자가 기업인 경우에는 기업 수준의 지출을 요구하고, 대학인 경우에는 대학 수준의 지출을, 협회나 단체의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지출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그렇게 할 수 없기에(제 깜냥이 부족해서) 담당자분들이 듣기에는 다소 이례적인 질문을 되던지기도 합니다.
"저에게 쓰실 수 있는 예산을 알려주시면 합리적인 선에서 맞춰보는 게 어떨까요?"
협의는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제 원칙을 이해하셨다면 이제 알 수 있을겁니다. 더 이상 돈 없어서 제 강연을 못 듣는 사람은 없어야 합니다. 반대로 넉넉한 자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의상 협상을 하는 곳도 없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곧 사회공헌 사업입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저의 이러한 생각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글을 보시는 분들은 페북, 트위터 등에 공유 부탁합니다.
서비스 부가가치.
매우 중요한 고민입니다.
인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이 떠오릅니다.
"계산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고, 의미있는 모든 것들이 계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Not everything that can be counted counts, and not everything that counts can be counted)."
깊이있게 놀자.
대담하게 하자.
자기답게 살자.
우리는 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세상을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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