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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다리 걷기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부산의 많은 곳을 직접 발로 걸어 다녔고 깊은 추억 곳곳에서 부산을 보고 듣고 느꼈지만 고교 졸업 후 부산을 떠나 살다보니 여전히 어린시절의 감성으로만 부산을 소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 가끔 부산에 오게되면솔직히 '잘' 놀기가 어렵다. 고민해보아도, 어딜 가면 어른이 즐길만한 진짜 부산이 있는지 모르겠다. 서면에서 모일까? 시끄럽고, 번잡하다. 독특한 문화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젊은 돈이 흘러 들어가고, 늙은 돈이 젊은 돈 뭉탱이를 굴려가며 더 늙은 돈을 찍어내는 느낌. 해운대? 광안리에서 모일까? 바다가 가까워 쾌적하다. 젊음과 쾌락, 세련미도 넘친다. 하지만 이건 뭔가 부산이 아니다. 부산의 상류층이 모여사는 자치국 느낌. 요즘 동래가 뜬다는데? 가봤다. 또 다른 .. 2015. 2. 18.
제주도 카멜리아힐 (동백나무 동산) 제주 카멜리아힐 (동백나무 동산)에 다녀왔다.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지금까지 동백나무나 동백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뿐만 아니라 당장 머리 속에 '어떤 꽃이 어떻게 생겼더라'는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건 개나리, 벚꽃 정도. 무심하게 살았구나.무심하게 살았어. 무심히 걸으며, 무난히 계절 보내기를 반복하다보니,그러다보니 삶의 속도가 빨라져 소중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 ※ 라는 책을 읽다보면 동백꽃을 표현한 김훈의 문장이 나온다.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 2015. 2. 13.
제주도 올레 7코스 외돌개 캠핑 제주 여행 중 간만에 아내와 걸쭉하게 술을 마셨다. 둘이 사이좋게 걸쭉하게 취해 정답게 숙소같은 숙소같지 않은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 숙소는 이름하야 외돌개. 올레 7코스 중간 지점. 하늘이 뻥뻥 뚫리고 바닥이 바위로 꽉꽉 찬 자연의 중심. 한마디로 그냥 쌩야외. 제주 곳곳에 폭설이 내린 추운 겨울이지만 우리는 부부사랑과 단합의 꽐라정신으로 텐트 치고 노숙하기로 결정했다. 별이 반짝반짝 아름다워 낭만 넘치는 밤이 되리라.. ...라는 생각은 잠시 막상 텐트 치려고 준비하다보니.. 앗차! 텐트 폴을 집에 두고 왔다.. 매운탕을 끓이려다보니.. 허얽! 사 온 가스가 우리 버너랑 호환이 안된다.. 열받아서 담배를 피우려고 했으나.. 꺼얽! 라이터가 없다.. (; ̄ェ ̄) 연속되는 어이없는 악재에 어이없어 배.. 2015. 2. 13.
겨울 한라산 영실코스 등반 겨울 한라산 영실코스 등반 (2월 10일) 불안하고. 설레였다. 사실 온전한 겨울에 온전히 산행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인도에 머물 때 12월의 히말레야를 뛰어 오르내리긴 했지만, 출발점 자체의 고도가 높고 항상 목표가 선명해 설레이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불안했다. 가본 적 없는 목표이고(겨울엔), 나아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엎고 오르내려야할 아내가 곁에 있으니.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안해서 새벽에 일어나 겨울 등반 주의사항, 겨울 한라산 주의사항, 빙판길 운전 주의사항, 영실 코스 팁 등 인터넷 검색을 했다. 많은 이들이 사고 없이 행복하게 다녀온 듯 하지만, 그것이 나의 불안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주인공은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는 법. 설레여서 새벽에.. 2015.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