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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노회찬 의원을 떠나 보내며

by Doer Ahn 2018. 7. 27.

중학 교과서에서 '의원내각제에서는 국회 해산이 가능하나 대통령제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보고 '아..그렇구나' 했는데, 국회가 해산되는 걸 본 어린 노회찬. 배움과 현실의 다름에 충격을 받았던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신반대투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치 입문을 했다고 말한다. 떠나간 그의 등을 보며 한없이 부끄럽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학급의 반장이었다. 그러나 사실 나는 반장을 희망한 적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리더십도 없고,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심도 수준이 떨어져 오히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리더라는 자리는 여전히 내 역량과 안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년 내내 학급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나는 선생님께 등 떠밀리듯 반장이 되었다. 민주주의와 선거의 의미를 모르진 않았다. 정의로운 판단이 무엇인지 배워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인간 보다는 성과를 내는 인간이 되기를 선택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그간에 몇번이고 더 그런 타협이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내 삶에서 구호로만 그쳐 왔던 이 말이, 남들도 타협하며 살거야 생각하며 영혼 없이 올려다보던 이 말이, 떠나간 그의 등 뒤에선 영원의 영혼처럼 빛나니. 나는 한없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