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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Doer] 한극인 첫 번째 주제어 - 말에 대하여

by Doer Ahn 2009. 9. 14.



말. 

가끔 어떤 이들은 ‘무의식 중에 튀어 나온 말이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뱉은 말을 주워 담으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과연 말이라는 것이 무의식 중에 튀어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말을 주워담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2001년.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서 땅끝 마을까지 자전거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땅끝 마을에 도착했을 때, 함께 여행했던 한 친구의 자금이 바닥났고, 우리는 이 친구에게 ‘그러면 집에 가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 친구는 벼락같이 화를내며 ‘어찌 그럴수가 있냐’며 광분했다. 이유인 즉슨, 아무리 장난으로 한 말이든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그렇게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 말을 내뱉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당시 다소 정곡을 찌르는 듯한 그의 지적에 입을 다물었었다. 물론, 이후로 그의 그 발언은 그를 다시 놀리는 도구로 활용되었지만…

나는 이런 류의 작은 경험들을 통해서 건강한 일반인이 깨어있는 중에 의도치 않은 말을 내뱉을 수는 있어도 무의식 중에 말을 해버리게 된다는 사실은 부정하고 싶다. 의식은 본인을 감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 지식, 정보와 데이터들을 개인이 소화한 방식과 그 산출물이고, 말과 행동은 그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은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다. 이 에너지 덩어리는 인간이 생활하는 하루 중에 그 강도를 조절하며 끊임없이 방출된다. 동양에서는 오랜 시간동안 이를 기(氣)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있으며, 서양에서는 살아있는 세포내에서 에너지를 운반하는 가장 대표적인 분자인ATP (아데노신삼인산)의 ADP 변환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로 이 덩어리를 정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우리 몸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질량은 보통 우리 몸무게를 넘어선다고 한다. 

이에 다시 말과 의식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렇게 진동 에너지를 동반한 소리,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또 다른 방식의 에너지 형태로 방출되는 말과 의식의 에너지는 물리적으로 보았을 때 주워담을 수가 없다. 에너지는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불확실한 방향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물에서 잉크가 퍼져나가는 듯이. 말은 일단 뱉게되면 그 형태가 변할지언정, 계속 바깥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은 그 의식의 형태가 견고하게 다져져서 방출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형태가 변하는 것조차도 많이 어렵지 않을까. 

말. 

조심 조심. 잘 내뱉자.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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